"영화 평론가도 일반 관객처럼 정말 영화 보면서 울까?" 일반적으로 평론가는 작품을 분석적으로 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실제 보고 눈물 쏟았다는 영화 10선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나니까 이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25년 전에 본 영화의 특정 장면을 정확히 기억해 내며 눈물 흘렸던 순간을 생생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이입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자신의 인생에서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10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소개했다. 쉽게 울지 않는 평론가마저 펑펑 울게 만든 가슴 먹먹한 영화들은?

이동진 평론가도 울었다는 감동 영화
평론가를 울게 만드는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특정 소재나 상황을 '울음벨(crying trigger)'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트리거(trigger)란 특정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다. 이동진 평론가는 자신의 울음벨이 '버려진 아이가 우는 장면'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했는데, 나는 솔직히 내 울음벨이 뭔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표현되지 않은 슬픔'에 반응하는 것 같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주인공이 경찰서에서 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눈동자 하나 흔들림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울지도, 소리 지르지도 않지만 그 텅 빈 눈빛에서 오히려 슬픔의 크기가 가슴을 쳤다. 이처럼 감정을 억제하거나 무감각해진 상태가 나한테는 가장 큰 울음벨인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관객의 감정 반응은 개인의 과거의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한다. (출처: 한국영화학회 https://www.kofics.or.kr). 그래서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마다 우는 장면이 다르다고 한다. 이동진 평론가가 찐으로 눈물을 쏟았다는 영화 중 나에게도 감동을 준 영화 몇 가지를 먼저 소개하고, 전체 목록은 마지막에 리스팅 하고자 한다.
이동진 추천 감동 영화 <파이란>에서 느낀 슬픔
일반적으로 최민식 배우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올드보이'나 '악마를 보았다'를 떠올린다. 하지만 난 파이란이 그의 최고 연기였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위장 결혼(marriage of convenience)이라는 경제적 필요에 의한 계약 관계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이야기인데, 여기서 위장 결혼이란 법적 혜택을 얻기 위해 실제 애정 없이 맺는 형식적 결혼을 말한다. 특히 최민식이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꽤 어렸는데 그 감정을 다 이해했던 걸까?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봐야겠다. 물론 최민식 배우의 연기력이야 항상 뛰어나지만 마지막 얼굴 클로즈업 장면의 연기력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던 게 기억난다. 배우가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전달하는 감정의 깊이를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말 없이 몸과 표정으로만 연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생각하면 파이란의 마지막 장면은 이런 비언어적 연기의 교과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동진 추천 감동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애틋함
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는 가장 복잡 미묘한 감정을 남긴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88년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스가모 아동 유기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낀 감정들을 정리해 보면, 일단 야기라 유야의 너무나 연기 같지 않았던 자연스러운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었고,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라는 인간과 극 중 아이들의 아머비로 나오는 인간들의 무책임한 모습들에 화가 났다. 특히 고레에다 감독의 절제된 연출도 이 영화의 큰 강점이다.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가장 다시 보기 꺼려지는 작품이라고 하는 사람도 봤다. 슬프고 마음이 아파서 두 번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영화 치료학에서는 이를 '감정적 과부하(emotional overload)'라고 부르는데, 작품이 주는 감정적 충격이 너무 커서 재관람을 회피하게 되는 현상이다. 사실 내용은 화나지만 난 영화 완성도가 워낙 높아서 종종 반복해서 관람한다. 이동진 평론가가 <여행자>를 보며 영화 내내 울었다고 말한 것처럼 나도 <아무도 모른다>를 보는 내내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듯한 무게감을 느꼈다. 특히 버려진 아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인간의 생존 본능과 연대감이 느껴져 더 놀랍고 안타까웠다. 뛰어놀기만 해도 모자란 어린아이들이 인생의 무게감을 벌써 느꼈다는 사실이 슬펐다.
이동진 평론가도 울었다는 감동 영화 Top 10
1. <더 파더 (The Father)>: 치매에 걸린 남자의 시점에서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공포와 슬픔을 다룬 작품.
2. <여행자 (A Brand New Life)>: 아버지에게 버려진 어린아이의 자책과 비극을 담은 작품으로,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 내내 울었다고 언급했다.
3. <파이란 (Failan)>: 경제적인 이유로 위장 결혼을 했던 남녀의 뒤늦은 사랑과 비극을 그린 영화다.
4. <섀도우랜드 (Shadowlands)>: 시에스 루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가는 과정의 절규를 보여준다.
5. <쥬드 (Jude)>: 19세기 사회적 통념에 맞서다 모든 것을 잃어가는 참담한 이야기. 마음속에 돌덩이가 얹힌 듯한 슬픔을 줬다고 한다.
6. <에이아이 (A.I.)>: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아이가 버려지는 장면에서 큰 슬픔을 느낄 수 있다.
7.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홀로코스트의 비극 속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참담함을 다룬 영화다.
8. <몬스터 콜 (A Monster Calls)>: 아픈 엄마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이의 죄책감과 이별을 다룬 판타지 영화다.
9. <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s)>: 어머니에게 버려진 아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절제된 연출로 보여준다.
10.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깊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애도와 슬픔의 방식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이동진 평론가가 25년 전 영화를 한 번만 보고도 정확히 기억해 내는 게 정말 소름 돋았다. 그래서 영화 평론가인 거겠지? 그리고 그가 쇠약해지신 아버지를 안고 처음으로 '사랑해요'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찡했다. 일반적으로 영화 평론가는 냉철하고 이성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처나 슬픔을 영화를 통해 치유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다음에는 반대로 멘털을 재건시켜 주는 힐링 영화도 소개해봐야겠다.
참고: https://youtu.be/4gy1T-RFgV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