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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촬영상 영화 '씨너스: 죄인들' 여성 최초 수상, 촬영 기술, 아시아계 여성의 한계

by 수박마스터 2026. 3. 17.

솔직히 난 이번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한국 관련 소식에만 집중했다. 물론 작품상 등 모든 결과가 궁금했지만 그중에서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애니메이션 상을 탈 것인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런데 촬영상을 발표할 때 오텀 듀랄드 아카포(Autumn Durald Arkapaw)라는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같은 여성으로서 가슴이 뭉클했다. 이 사람이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성이 됐기 때문이다. 영화 '씨너스: 죄인들'로 촬영상을 수상한 오텀 듀랄드 아카포는 98년에 달하는 오스카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자 유색인종으로서 이 상을 받은 인물이. 그녀가 수상 소감에서 객석의 모든 여성들에게 일어서 달라고 요청하며 "여러분 없이는 제가 여기 올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하던 장면은 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아카데미 촬영상 영화 씨너스 죄인들 아이맥스 70mm 포스터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 여성 촬영상 수상

아카데미 촬영상 부문에서 여성이 수상했다는 사실 자체가 2026년에 와서야 이루어졌다는 점은 어떤 분들에게는 놀라운 일일 수도 있다. 난 처음에는 기쁜 마음뿐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97회나 남성들만 수상했다는 뜻이더라. 시네마토그래피(Cinematography)는 영화의 시각적 언어를 창조하는 작업으로, 카메라 앵글, 조명, 구도 등을 통해 감독의 비전을 화면에 구현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이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성별이 장벽이 되어왔다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오텀 듀랄드 아카포 이전에는 단 세 명의 여성만이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 2018년 '머드바운드'의 레이철 모리슨, 2022년 '파워 오브 더 독'의 아리 웨그너, 2023년 '엘비스'의 맨디 워커가 그 주인공들이다(출처: The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그녀는 이 선배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자신의 수상이 그들의 길 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내가 보기에 이런 겸손한 태도야말로 진정한 전문가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촬영 기술 - IMAX와 울트라 파나비전 70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영화 '씨너스: 죄인들'은 기술적으로도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오텀 듀랄드 아카포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과 함께 아이맥스(IMAX) 65mm와 울트라 파나비전 70(Ultra Panavision 70) 포맷으로 이 영화를 촬영했다. 여기서 IMAX 65mm란 일반 35mm 필름보다 훨씬 큰 필름 포맷으로, 압도적인 해상도와 몰입감을 제공하는 대형 영화 촬영 방식이다. 울트라 파나비전 70은 2.76:1이라는 극단적으로 넓은 화면비를 구현하는 아나모픽 렌즈 시스템으로, 스펙터클한 장면을 담아내는 데 최적화된 기술이다.

문제는 이 장비가 무게만 약 30kg에 달하는 거대한 카메라라는 점이다. 그녀는 대부분의 촬영을 직접 카메라를 들고 조작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촬영 감독은 프레임 구성과 조명 설계에 집중하고 카메라 오퍼레이터가 실제 촬영을 담당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내가 이 소식을 접하고 느낀 건 그녀가 기술적 책임자뿐 아니라 진정한 예술가로서 작품에 임했다는 점이다. 특히 영화 속 시그니처 장면인 주크 조인트(Juke Joint, 흑인 음악 공연장) 씬에서 카메라가 불타는 지붕을 뚫고 상승하는 장면은 기술과 예술이 완벽하게 결합된 순간으로 평가받는다(출처: American Society of Cinematographers).

그녀의 선택은 할리우드에서는 곧 모험이었다. 대형 포맷 촬영은 제작비가 많이 들고, 특히 흑인 감독과 유색인종 여성 촬영 감독이 주축이 된 오리지널 스토리는 투자를 받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씨너스: 죄인들'은 아카데미에서 무려 1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이브의 모든 것', '타이타닉', '라라랜드'가 보유했던 14개 후보 기록을 경신했다.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약점

오텀 듀랄드 아카포는 캘리포니아 베이 에리어에서 자랐지만, 어머니가 필리핀 출신이고 크리올(Creole,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지역의 프랑스계·스페인계·아프리카계 혼혈 문화) 혈통을 가진 46세 여성이다. 나 역시 아시안계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가 더 와닿았다. 그녀는 원래 미술사를 전공하고 광고 업계에서 일했지만, 대학 시절 수강한 장르 영화 과정을 통해 오랫동안 꿈꿔온 필름 스쿨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 그녀의 부모님은 촬영 감독(Director of Photography, DP)이라는 직업 자체를 잘 몰랐고, 여성 촬영 감독은 업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끝까지 그녀를 지지해 줬고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현재는 같은 촬영 감독인 남편 아담 아카포와 함께 알타데나에 거주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내가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그녀가 인터뷰에서 "'씨너스: 죄인들' 이야기를 읽었을 때 집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자신의 뿌리인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와 연결된 작품에서 조상들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고,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제작에서 화면비(Aspect Ratio)와 필름 포맷 선택은 스토리텔링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씨너스: 죄인들'처럼 193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에서는 시각효과가 곧 세계관을 구축하는 도구가 된다. 오텀 듀랄드 아카포는 먼지 낀 고된 노동의 현실과 표현주의적 환상을 동시에 포착해 냈고, 이것이 바로 시네마토그래피의 힘이라는 걸 보여줬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상과 케이팝 공연을 본 한국인으로서 난 그쪽 소식에 더 기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텀 듀랄드 아카포의 수상은 그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줬다. 98년 만에 깨진 유리 천장이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영화인들에게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길 바란다. '씨너스: 죄인들'이라는 작품을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됐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사람이 객석의 여성들을 일으켜 세운 그 순간은 모든 여성들이 함께 만들어온 역사를 대변해 주었다.


참고: https://www.latimes.com/entertainment-arts/awards/story/2026-03-15/oscars-2026-sinners-autumn-durald-arkapaw-first-woman-cinema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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